1855 보르도 분류, 1er부터 5ème까지 읽는 법

1855 보르도 분류, 1er부터 5ème까지 읽는 법

LIEBE WINE GUIDE

프리미에부터 생키엠까지,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실제 병과 함께 읽어봅니다.

1855 보르도 분류 1er부터 5ème까지 대표 와인병
1855 보르도 분류를 1er부터 5ème까지 대표 병과 함께 정리한 이미지

5ème라고 낮은 와인은 아닙니다.

처음 보면 당연히 그렇게 느껴집니다. 1er, 2ème, 3ème, 4ème, 5ème. 숫자가 붙어 있으니 1등급은 가장 좋고, 5등급은 그보다 한참 아래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1855 보르도 분류는 그렇게 단순한 성적표가 아닙니다. 보르도(Bordeaux) 전체 와인을 1등부터 5등까지 줄 세운 것도 아니고, 오늘의 맛과 가격을 그대로 반영한 최신 랭킹도 아닙니다.

숫자에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속는 것 같습니다. 5라는 숫자가 보이면 낮다고 느끼고, 1이라는 숫자가 보이면 무조건 최고라고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와인에서는 이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빠지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1855 보르도 분류를 설명하는 보르도 와인 이미지

1855 보르도 분류는 19세기 보르도 시장이 남긴 오래된 지도에 가깝습니다. 당시 이미 높은 가격과 명성을 가진 샤토(Château)들을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 정리했고, 그 구조가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숫자를 외우는 것보다, 그 숫자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1855 분류는 와인을 읽는 데 좋은 출발점이지만, 결론까지 대신 내려주지는 않습니다.

먼저 범위를 좁혀야 합니다

1855 보르도 분류라고 하면 보통 메독(Médoc)의 레드 와인 분류를 떠올립니다. 다만 1855년에 함께 정리된 분류에는 소테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의 스위트 화이트 와인도 포함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레드 와인 쪽 1855 보르도 분류만 다루겠습니다.

1855 보르도 레드 와인 분류 범위 지도
1855 레드 와인 분류는 메독 중심이며, 샤토 오 브리옹만 예외적으로 포함됩니다.

생테밀리옹(Saint-Émilion)은 1855 메독 분류가 아닙니다.

포므롤(Pomerol)은 공식 1855 분류가 없습니다.

그라브(Graves)와 페삭레오냥(Pessac-Léognan)은 별도의 그라브 크뤼 클라세(Cru Classé de Graves) 체계가 있습니다.

소테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은 레드 와인이 아니라 스위트 와인 분류로 따로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1855 보르도 레드 분류를 볼 때는 이 문장부터 잡아두면 좋습니다.

메독(Médoc) 중심. 샤토 오 브리옹(Château Haut-Brion)만 예외.

1855 분류는 가격과 명성에서 출발했습니다

1855년 분류는 오늘날의 와인 평론가 점수표가 아닙니다. 당시 보르도 와인 브로커들이 시장에서 인정받던 가격과 명성을 바탕으로 정리한 분류입니다.

그러니 이 등급은 “이 와인이 지금 95점인가, 98점인가”를 말해주는 방식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당시 시장에서 어느 샤토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역사적 문서에 가깝습니다.

1855 보르도 분류 1er부터 5ème까지 등급 구조

물론 지금도 영향력은 큽니다. 프리미에 크뤼 클라세(Premier Cru Classé)라는 말은 여전히 강한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되지엠 크뤼 클라세(Deuxième Cru Classé), 트루아지엠 크뤼 클라세(Troisième Cru Classé), 카트리엠 크뤼 클라세(Quatrième Cru Classé), 생키엠 크뤼 클라세(Cinquième Cru Classé)도 보르도 와인을 읽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그대로 품질 순위처럼 읽으면 와인이 너무 단순해집니다. 같은 등급 안에서도 생산자별 격차가 크고, 같은 생산자라도 빈티지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집니다.

1er 프리미에 크뤼 클라세(Premier Cru Classé)

프리미에 크뤼 클라세(Premier Cru Classé)는 1855 보르도 레드 분류의 최상위 그룹입니다.

현재 이 그룹에는 샤토 라피트 로칠드(Château Lafite Rothschild), 샤토 라뚜르(Château Latour),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 샤토 오 브리옹(Château Haut-Brion), 샤토 무통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가 있습니다.

이 다섯 이름은 와인 이름이기 전에 거의 시장의 언어처럼 움직입니다. 라벨에 이 이름이 보이면 맛을 설명하기도 전에 가격, 상징성, 선물 가치, 보관 가치가 먼저 따라옵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는 이 이야기를 할 때 빼놓기 어려운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되지엠 크뤼 클라세(Deuxième Cru Classé)였지만, 1973년에 프리미에 크뤼 클라세(Premier Cru Classé)로 승격됐습니다.

2ème 되지엠 크뤼 클라세(Deuxième Cru Classé)

되지엠 크뤼 클라세(Deuxième Cru Classé)는 이름만 보면 “2등급”입니다. 하지만 보르도 시장에서 이 그룹을 단순히 1등급 아래로만 보면 부족합니다.

샤토 레오빌 라스 카즈(Château Léoville Las Cases), 샤토 피숑 롱그빌 바롱(Château Pichon Longueville Baron), 샤토 뒤크뤼 보카이유(Château Ducru-Beaucaillou), 샤토 몽로즈(Château Montrose), 샤토 코스 데스투르넬(Château Cos d’Estournel) 같은 이름들이 이 층에서 나옵니다.

이 중 일부는 현대 시장에서 프리미에 크뤼 클라세(Premier Cru Classé)에 가까운 가격과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되지엠 크뤼 클라세는 실제 구매에서 가장 흥미로운 구간 중 하나입니다.

3ème 트루아지엠 크뤼 클라세(Troisième Cru Classé)

트루아지엠 크뤼 클라세(Troisième Cru Classé)부터는 숫자보다 생산자 이름이 더 중요해집니다.

이 그룹에는 마고(Margaux) 지역의 개성이 잘 보이는 생산자들이 많습니다. 샤토 팔메(Château Palmer), 샤토 지스쿠르(Château Giscours), 샤토 디쌍(Château d’Issan), 샤토 마르키 달레즘(Château Marquis d’Alesme) 같은 이름들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이 구간부터는 같은 등급 안에서도 생산자별 개성이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숫자는 분명히 있지만, 그 숫자가 모든 설명을 끝내지는 않습니다.

4ème 카트리엠 크뤼 클라세(Quatrième Cru Classé)

카트리엠 크뤼 클라세(Quatrième Cru Classé)는 숫자만 보면 뒤쪽으로 밀려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물용이나 보관용으로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샤토 베이슈벨(Château Beychevelle), 샤토 탈보(Château Talbot), 샤토 브라네르 뒤크뤼(Château Branaire-Ducru), 샤토 푸제(Château Pouget), 샤토 뒤아르 밀롱(Château Duhart-Milon) 같은 생산자들이 이 층에 들어갑니다.

이 구간은 등급 와인의 문맥은 남아 있지만, 프리미에 크뤼 클라세나 일부 되지엠 크뤼 클라세에 비해 조금 더 현실적인 선택지가 나오는 곳입니다.

5ème 생키엠 크뤼 클라세(Cinquième Cru Classé)

생키엠 크뤼 클라세(Cinquième Cru Classé)는 가장 오해받기 쉬운 등급입니다. 5ème라는 숫자 때문에 낮은 등급처럼 보이지만, 이건 보르도 전체의 5등급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5ème라고 낮은 와인은 아닙니다

1855년에 분류된 최상위 샤토들 안에서 다섯 번째 그룹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구간을 가볍게 보면 빠지는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샤토 퐁테 카네(Château Pontet-Canet), 샤토 린치 바주(Château Lynch-Bages), 샤토 그랑 퓌 라코스트(Château Grand-Puy-Lacoste), 샤토 클레르 밀롱(Château Clerc Milon) 같은 이름을 보면 이 점이 더 분명해집니다.

샤토 린치 바주(Château Lynch-Bages)는 “5ème라고 낮은 와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가장 쉽게 이해하게 해주는 이름 중 하나입니다. 숫자만 보고 지나치기엔, 병 안에 담긴 이야기와 시장에서의 위치가 훨씬 큽니다.

등급과 가격은 왜 항상 맞지 않을까

1855 분류는 오래된 체계입니다. 그 자체로 의미가 크지만, 오늘의 가격을 그대로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어떤 샤토는 분류 이후 품질 투자를 크게 했습니다. 어떤 샤토는 오랜 시간 동안 평가가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소유주가 바뀌고, 포도밭 관리가 바뀌고, 양조 방식이 바뀌면서 같은 등급 안에서도 시장의 반응은 달라졌습니다.

빈티지도 중요합니다. 같은 샤토라도 1996년, 2000년, 2005년, 2009년, 2010년, 2016년은 각기 다른 문맥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1855 분류는 정답표라기보다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1855 보르도 분류를 실제 구매에서 읽는 순서

세컨드 와인은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1855 보르도 분류를 볼 때 또 하나 조심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세컨드 와인입니다.

파비용 루즈 뒤 샤토 마고(Pavillon Rouge du Château Margaux), 카뤼아드 드 라피트(Carruades de Lafite), 르 프티 무통(Le Petit Mouton) 같은 세컨드 와인은 모두 좋은 와인입니다. 가격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식 1855 등급이 그대로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1855 분류에 등재된 것은 그랑 뱅(Grand Vin), 즉 본 와인입니다. 본 와인과 세컨드 와인은 연결되어 있지만, 같은 등급명을 그대로 공유하는 와인은 아닙니다.

1855 분류를 실제 구매에서 읽는 순서

먼저 지역을 봅니다.

그다음 생산자 이름을 봅니다.

그다음 빈티지를 봅니다.

마지막으로 가격과 병 상태를 봅니다.

숫자는 시작점입니다. 생산자와 빈티지가 방향을 잡고, 가격과 병 상태가 마지막 판단을 만듭니다. 그때 1855 보르도 분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보르도 와인을 더 정확하게 읽게 해주는 언어가 됩니다.

마무리

1855 보르도 분류는 지금도 강력합니다. 다만 그 숫자를 오늘의 절대 순위처럼 읽으면 와인이 좁아집니다.

5ème라고 낮은 와인은 아닙니다. 2ème라고 1er보다 늘 아래라는 뜻도 아닙니다. 3ème와 4ème 안에도 생산자에 따라 매우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1855 분류는 오래된 지도입니다. 좋은 지도는 길을 알려주지만, 목적지를 대신 정해주지는 않습니다. 와인을 고를 때는 그 지도 위에 생산자, 빈티지, 가격, 병 상태를 함께 올려놓고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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