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é)라고 다 같은 뜻은 아닙니다
처음 프랑스 와인 라벨을 보면 그랑 크뤼(Grand Cru),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é),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Premier Grand Cru Classé)가 한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은 같은 사다리 위에 놓인 등급이 아닙니다.
보르도(Bordeaux)만 봐도 그렇습니다. 메독(Médoc)에서 쓰는 그랑 크뤼 클라세와 생테밀리옹(Saint-Émilion)에서 쓰는 그랑 크뤼 클라세는 같은 표정으로 서 있지만, 출신도 다르고 규칙도 다릅니다. 빈티지까지 끼어들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 그랑 크뤼(Grand Cru)
-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é)
- 1등급 그랑 크뤼 클라세(1er Grand Cru Classé)
-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Premier Grand Cru Classé)
- 크뤼 클라세 드 그라브(Cru Classé de Graves)
- 프리미에 크뤼 쉬페리외르(Premier Cru Supérieur)
이 글은 프랑스 와인 등급을 이해하기 위한 리베와인 와인 가이드입니다. 구매 링크 없이 라벨과 분류 체계를 읽는 데 필요한 정보만 담았습니다.
겉보기엔 다 비슷한 “그랑 크뤼 어쩌고”입니다. 그런데 한 발만 들어가 보면 이야기가 갈라집니다. 어떤 것은 1855년 메독 이야기이고, 어떤 것은 생테밀리옹 이야기이고, 어떤 것은 소테른(Sauternes)의 달콤한 와인 이야기입니다.
먼저 잡아둘 이름은 네 가지입니다. 1855 보르도 분류, 생테밀리옹 분류, 그라브(Graves) 분류, 소테른·바르삭(Sauternes & Barsac) 분류. 여기에 세컨드 와인과 포므롤(Pomerol)까지 붙으면 라벨만 보고 단정하기가 꽤 위험해집니다.
보르도(Bordeaux)를 하나의 등급표로 읽으면 금방 꼬입니다
보르도 와인을 하나의 등급표로 읽으려 하면 금방 꼬입니다. 메독은 메독의 표가 있고, 생테밀리옹은 생테밀리옹의 표가 있으며, 그라브와 소테른도 자기 규칙을 따로 갖고 있습니다.
포므롤(Pomerol)에는 공식 등급표가 없습니다. 페트뤼스(Petrus), 르 팽(Le Pin), 라플뢰르(Lafleur)처럼 이름만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와인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포므롤 그랑 크뤼 클라세 같은 공식 칸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포므롤은 애초에 등급표 밖에 있는 지역입니다.
1855 보르도 분류는 19세기의 사진처럼 남아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1855년 메독 분류입니다. 나폴레옹 3세가 파리 만국박람회를 준비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표인데, 이 오래된 표가 아직도 보르도 와인 가격과 인식을 붙잡고 있습니다.
레드 와인은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와인 자료나 라벨 설명에서는 1er, 2ème 같은 약식 표기가 익숙하지만, 공식 분류명은 Premier Cru, Deuxième Cru 쪽입니다. 양쪽 모두 같은 등급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5ème는 낮은 등급일까
생키엠(5ème)이라는 숫자를 처음 보면 아무래도 낮아 보입니다. 다섯 번째라니, 어쩐지 한참 뒤쪽 와인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5ème는 보르도 와인 전체에서 다섯 번째라는 뜻이 아닙니다. 1855년에 분류된 최상위 와인군 안에서의 다섯 번째 그룹을 가리킵니다.
샤토 퐁테 카네(Château Pontet-Canet)를 보면 이 말이 금방 이해됩니다. 분류상으로는 생키엠 크뤼 클라세(Cinquième Cru Classé)지만, 요즘 시장에서 이 와인을 단순히 “5등급 와인”이라고 부르면 뭔가 빠진 설명이 됩니다. 1855년 분류는 19세기의 사진을 21세기까지 유지하고 있는 거라, 숫자 안쪽의 실제 격차는 시대마다 다르게 읽힙니다.
대표 생산자
샤토 오 브리옹(Château Haut-Brion)은 메독이 아니라 그라브(Graves)에 있습니다. 1855년 당시에도 품질을 인정받아 메독 중심 분류에 예외적으로 포함됐습니다.
표준 표기 예시
- 1855 보르도 프리미에 크뤼 클라세 (Premier Cru Classé / 1er Grand Cru Classé)
- 1855 보르도 되지엠 크뤼 클라세 (Deuxième Cru Classé / 2ème Grand Cru Classé)
- 1855 보르도 트루아지엠 크뤼 클라세 (Troisième Cru Classé / 3ème Grand Cru Classé)
- 1855 보르도 카트리엠 크뤼 클라세 (Quatrième Cru Classé / 4ème Grand Cru Classé)
- 1855 보르도 생키엠 크뤼 클라세 (Cinquième Cru Classé / 5ème Grand Cru Classé)
생테밀리옹(Saint-Émilion)은 라벨만 봐서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생테밀리옹부터는 헷갈림의 밀도가 확 올라갑니다. 그랑 크뤼(Grand Cru)라는 말이 보이는데, 그게 곧 공식 분류라는 뜻은 아닙니다.
라벨에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Saint-Émilion Grand Cru)라고만 적혀 있다면, 이건 등급이 아니라 AOC입니다. 일반 생테밀리옹 AOC보다 양조 기준이 조금 더 까다롭지만, 그 자체가 공식 분류 등급은 아닙니다.
분류표를 이야기할 때 봐야 하는 이름은 그 위쪽입니다.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é),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Premier Grand Cru Classé). 이 둘이 생테밀리옹 공식 분류에서 훨씬 중요한 표현입니다. 2022년 분류 기준으로 71곳이 그랑 크뤼 클라세, 12곳이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그중 2곳이 A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샤토 피작(Château Figeac)과 샤토 파비(Château Pavie)입니다.
빈티지가 다르면 등급도 다를 수 있습니다
생테밀리옹 분류는 1955년 시작 이후 대략 10년 단위로 재검토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1855년에 못 박힌 메독 분류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어떤 와인의 등급을 볼 때는 현재 등급이 아니라 그 빈티지가 출시되던 시점의 분류를 봐야 합니다.
샤토 발랑드로(Château Valandraud)와 라 몽도트(La Mondotte)를 보면 이 차이가 선명합니다. 두 와인 모두 가라지 와인 운동을 이끈 생산자였고, 2012년 분류에서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Premier Grand Cru Classé)로 승격됐습니다. 2022년 분류에서도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01년 발랑드로나 2005년 라 몽도트는 승격 이전 빈티지입니다. 여기에 현재 등급을 그대로 붙이면 사실관계가 어긋납니다.
반대로 라벨이나 자료에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Saint-Émilion Grand Cru)까지만 적혀 있어도, 그 시점에 실제로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é)였던 생산자라면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샤토 라로즈(Château Laroze), 샤토 라 투르 피작(Château La Tour Figeac), 샤토 퐁로크(Château Fonroque), 클로 드 로라투아르(Clos de l’Oratoire) 같은 이름은 그냥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라브(Graves)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나뉘지 않습니다
그라브(Graves)와 페삭레오냥(Pessac-Léognan)에는 1er, 2ème, 3ème 같은 단계가 없습니다. 이 지역의 분류는 1953년에 제정되고 1959년에 보완·확정된 크뤼 클라세 드 그라브(Cru Classé de Graves) 하나의 등급입니다.
그라브 분류는 단계가 없어서 쉬워 보입니다. 그런데 메독의 1등급, 2등급 감각으로 읽기 시작하면 오히려 길을 잃습니다.
그라브 분류는 레드와 화이트 모두에 적용됩니다. 같은 샤토라도 레드만 분류된 곳, 화이트만 분류된 곳, 둘 다 분류된 곳이 따로 있습니다.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Château Smith Haut Lafitte)처럼 그라브 크뤼 클라세에 속하는 생산자는 레드와 화이트의 분류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분류 이름은 역사적으로 “그라브”지만, 현재 분류된 샤토들은 모두 페삭레오냥(Pessac-Léognan) AOC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라브 분류와 페삭레오냥을 따로 떼서 생각하면 헷갈립니다.
샤토 라 투르 오 브리옹(Château La Tour Haut-Brion)과 샤토 오 브리옹(Château Haut-Brion)은 같은 와인이 아닙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별개의 와인입니다. 라 투르 오 브리옹은 2005~2006년 빈티지 이후 라 미시옹 오 브리옹(La Mission Haut-Brion)에 흡수된 역사적 샤토입니다.
소테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은 디저트 와인의 별도 분류입니다
1855년에는 메독뿐 아니라 소테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의 디저트 와인도 함께 분류됐습니다. 메독과는 단계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프리미에 크뤼 쉬페리외르(Premier Cru Supérieur)는 샤토 디켐(Château d’Yquem)에만 붙어 있습니다. 소테른 분류표에서 혼자 금색 핀을 꽂고 서 있는 자리라고 봐도 됩니다.
표준 표기 예시
- 1855 소테른 프리미에 크뤼 쉬페리외르(Premier Cru Supérieur)
- 1855 소테른 프리미에 크뤼 클라세(Premier Cru Classé)
- 1855 소테른 되지엠 크뤼 클라세(Deuxième Cru Classé)
세컨드 와인은 본 와인의 등급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습니다
라벨을 읽다가 가장 자주 헛발을 딛는 곳이 세컨드 와인입니다.
유명 샤토들은 가장 엄격하게 고른 포도로 그랑 뱅(Grand Vin)을 만듭니다. 그 기준에서 벗어난 포도, 어린 나무에서 나온 포도, 다른 스타일로 빚고 싶은 포도는 별도 라벨로 나옵니다. 그게 세컨드 와인입니다.
세컨드 와인을 낮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세컨드 와인은 웬만한 그랑 뱅보다 더 비싸고 더 유명합니다. 다만 공식 등급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1855년 분류에 등재된 건 본 와인이고, 세컨드 와인은 그 이후에 도입된 별도 라인입니다.
자료에 “Chateau Margaux Pavillon Rouge 2eme Cru Classe 2016”처럼 적힌 경우가 있습니다.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공식 분류 기준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샤토 마고의 등급이 파비용 루즈까지 그대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와인 이름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이름만 보고 등급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é)라도 어느 분류 체계인지에 따라 의미가 갈리고, 같은 생산자라도 빈티지에 따라 적용되는 등급이 다릅니다.
리베와인은 프랑스 와인 등급을 설명할 때 라벨의 단어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어느 지역의 어떤 분류인지 먼저 확인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봅니다.
- 자료에 적힌 등급 문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느 분류 체계의 어느 단계인지 다시 확인합니다.
- 세컨드 와인에는 그랑 뱅(Grand Vin)의 등급을 붙이지 않습니다. 본 와인과 세컨드 와인은 다른 와인입니다.
- 나중에 승격된 생산자의 과거 빈티지에는 현재 등급을 소급하지 않습니다. 그 빈티지 시점의 분류를 적용합니다.
- 포므롤처럼 공식 등급이 없는 지역에는 임의 등급을 만들어 붙이지 않습니다.
- 프랑스의 레제르브(Réserve), 레제르브 드 파미유(Réserve de Famille)를 이탈리아 리제르바(Riserva)나 스페인 레세르바(Reserva) 같은 숙성 등급으로 읽지 않습니다. 그저 큐베 이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름값보다 실제 분류와 빈티지 맥락을 함께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랑스 와인은 이름보다 맥락이 먼저 보일 때 훨씬 또렷하게 읽힙니다.
이어서 보면 좋은 주제
여기까지만 잡아도 프랑스 와인 등급표가 조금 덜 무섭게 보입니다. 이어서 볼 만한 주제는 1855 보르도 분류, 생테밀리옹, 세컨드 와인처럼 자주 헷갈리는 영역입니다.
- 1855 보르도 분류에서 1er부터 5ème까지가 의미하는 것
- 생테밀리옹에서 그랑 크뤼(Grand Cru)와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é)가 다른 이유
- 세컨드 와인에 본 와인의 등급을 그대로 적용하면 생기는 오류
리베와인 와인 가이드